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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자연인"에는 개인의 인생은 물론 경영에서 리스크 관리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

 매주 수요일 밤이면 TV는 중년 남성들 차지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여기서는 저마다 사연과 아픔을 간직한 채 산에 들어온 주인공을 “자연인”이라 부른다. 사회에서 심신이 지친 루저들이 원시 자연과 동화하고 그 속에서 평안을 얻고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공감한다. ‘23년 11월 현재 580회를 넘어섰으니 중년 남성들의 심리적 탈출구가 된 지 오래다. 윤택과 이승윤 두 명의 개그맨이 매주 번갈아 출연하여 자연인과 2~3일 숙식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자연인 하면 미국 작가 소로우(Henry David Soreau)의 월든(Walden)이란 에세이 집이 떠오른다. 1817년 태어난 소로우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루소의 자연주의 영향을 받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남쪽 월든 호숫가에 직접 통나무 집을 짓고 생활했던 경험을 기록한 책이 『월든』이다. TV 속 자연인과는 입산의 계기가 다르긴 하지만,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에만 정면으로 부딪쳐 보고자 진행한 실험의 결과물이다. 그는 인두세 납부를 거부로 감옥에 가기도 했고,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시민 불복종 운동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소로우나 우리의 자연인이 어떤 이유든 현실 적응에 쉽지 않았던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자연인은 약 40분 방영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일정한 패턴 즉 plot이 있다. 대강 여섯 가지의 정형적인 스토리가 숨어있다. ①살고 있는 집 소개 ②산양산삼, 더덕, 차, 효소 이야기 ③산중 진미 요리 ④양봉, 닭, 개 등 가축 ⑤음악, 그림, 서예, 무술 등 취미 ⑥인생사 사연 등으로 꾸며진다. 특히 입산에 대한 사연에서는 고달픈 사회생활, 인생에 대한 여러 회한을 이야기할 때면 시청자들도 함께 눈물을 몰래 훔친다.

 
자연인의 사연은 몸이 아프거나 사업 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많은 이유인데, 대체로 크게 3가지 병을 앓고 있는 거 같다. 그것은 첫째 몸의 병이다. 암, 불치병으로 시한부 선고, 선천적 장애나 사고로 몸을 크게 다친 경우이다. 그래서인지 자연치유의 기적을 주장하는 경우도 자주 나온다. 둘째는 맘의 병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의 죽음, 이별, 이혼, 배신 등으로 우울증이나 상실감에 빠져 자포자기 심정으로 들어오는 경우이다. 셋째는 돈의 병이다. 사업의 실패, 직장 부적응 또는 흙수저로 태어나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산에 들어오는 경우이다.

 
이렇게 자연인 프로그램은 자연 속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정교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출연자들이 한결같이 자연 속에서 놀라운 회복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자연인은 일명 교양 프로그램이지만 한편으로는 예능에 가깝다. 전반적으로 자연인의 인생 행로를 보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생사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사실 “자연인 = 실패 인생”만은 아니다. 세 가지 다른 부류가 있다.
 
첫째는 성공과 실패를 여러번 반복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서 산에 들어온 케이스다. 이런 출연자는 약 70% 정도가 된다. 사실 이런 유형의 자연인은 변동성 측면, 다시말해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위험한 인생 관리라 볼 수 있다. 개인 인생사나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곡절과 애환이 많고 삶의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의미다.
물론 안정지향적 인생은 혁신이나 도전이 없다는 의미이니 참 건조한 인생일 수 있다. 그러나 도전과 리스크 관리는 별개의 개념이다. 도전하되 리스크를 잘 점검하거나 또 성공할 때 자원들을 잘 관리하고 투자하면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생을 반추해 보면 조금만 더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썼더라면 그 고단했던 인생의 쓴맛은 줄일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울 뿐이다.

 
둘째 태어날 때부터 흙수저인 인생이다. 거두절미하고 이 생은 망했다는 부류이다. 아주 가난한 집에 형제가 많고, 부모는 일찍 여의고, 남의 집 식모나 일꾼처럼 일하다가 사회에 나와서도 하는 것마다 안풀리는 경우다. 이런 출연자는 약 20%가 족히 된다. 무의식 중에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이 가득한 인생이다. 산에 와서 비로서 원초적인 평안을 얻고 참 행복을 누리는 모습은 시청자의 마음을 짠하게 한다.
 

출처 : 유튜브 MBN 자연인 중 발췌


셋째 마지막은 성공한 인생도 있다. 약 10%는 된다. 사회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고, 성공도 했고, 재산도 모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 인생의 무거움에 지치고 에너지가 고갈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족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집과 수입원을 준비해 주고 나머지 인생을 자기답게 살고 싶어 산에 들어왔다. 간혹 안정적인 직장인 공무원이나 퇴역 군인들도 있다. 참 행복해 보인다. 다양한 취미생활도 하고, 산속의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하루가 즐거울 따름이다. 시청자들의 로망이자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이렇게 자연인을 시청하고 있으면 인생의 리스크 관리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인생은 리스크 관리 여하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나뉜다. 수입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그 수입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포인트다. 송대관과 태진아 등 유명한 셀럽들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더 생각해 보면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리스크 관리에 강한 기업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룬다. 그 반대로 대박과 쪽박을 오가는 기업이 있다. 불나방처럼 한 방에 사라지는 기업도 있다. 이것이 자연인이 주는 교훈이다.

 
그런데 한편, 자연인을 보면 이게 진정한 산속 자연인인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다시말해 자연인은 문명의 보호와 혜택 속에 너무나 풍족하게 살고 있다. 화상 통화로 언제든 가족들 얼굴을 보고 소식을 주고 받는가 하면, 매년 건강검진도 받고, 위급한 상황에는 구급 헬기도 온다. 게다가 태양열로 전기도 생산하고, 온갖 문명의 이기를 누린다. 어떻게 보면 "세금 안내는 문명인" 같다.
 
이 점은 나중에 총·균·쇠 편에서 문명과 비문명에 대한 고찰을 통해 더 심도 있게 분석해 볼 것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기업이든 인간이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대체로 자연인은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여 인생의 변동성이 크고, 희노애락의 굴곡이 깊다.

 
이것은 개인의 성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즉 반사형 인간과 주도형 인간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인은 대체로 반사형 인간이 많다.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피동적이고 즉흥적인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경향이 짙다. 기업가들도 반사형과 주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영혼이 순수한 엔지니어나 연구원 출신 또는 이공계 출신들은 창업 후 경영을 보면 기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마케팅, 재무, 조직관리 등은 소홀히 하거나 심지어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은행이나 세무서를 찾아가는 것보다 작업실에서 밤새워 연구하고 제작하는 것이 더 즐거운 것이다. 보다 지속 가능한 경영과 360도 경영을 하려면 주도형 경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자연인이 주는 교훈이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 빌 게이츠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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