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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한 인물이 있다.
과학의 역사를 바꾼 뉴톤도, 인간이 지구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 다윈도 아니다. 바로 윌리엄 세익스피어이다. 그러나 14억 인구의 인도인들에게 모독적으로 들릴 법한 이 말은 어쩌면 의역에 가깝다. 가장 근접하게 언급한 사람을 찾는다면 영국의 사학자 토마스 칼라일이다. 그는 “인도는 사라질지언정, 세익스피어는 영원하다(Indian Empire will go, at any rate, some day; but this Shakespeare does not go, he lasts forever with us; we cannot give up our Shakespeare!)”고 했다. 어쩌면 이를 멋지게 번역한 것인지 모른다. 영국인들의 자부심 그리고 존경심만큼 세익스피어는 훌륭한 희곡을 남겼다. 우선 4대 비극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세계인의 가장 사랑을 받는 “로미오와 줄리엣” OST 일부를 들어보자.
그는 1564년 스트랫퍼드어폰에서 태어나서 1616년 52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18살 때 8살 연상의 앤 해서웨이와 결혼을 했고, 1남 2녀를 얻은 후 1588년 고향을 떠나 방랑생활을 하였다. 런던에서 그는 극장의 마구간지기부터 시작해서 배우로 무대에 섰고, 배우의 경험을 삼아 틈틈이 여러 편의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가 1590년대 26세 무렵이며, 로미오와 줄리엣은 1594년에 쓰여졌다. 그 중 1596년 작품 베니스의 상인이 히트를 쳐서 극단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내가 굳이 세익스피어를 역사이래 최고의 1인 창조기업가라 칭하는 이유는 그가 배우, 작가, 시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것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의 작품 매출 규모이다. 현재 출판된 그의 책은 약 20~40억 부로 추정되고 이것은 성경 다음으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다. 지금도 영어를 사용하는 원어민은 세익스피어가 처음 사용한 단어나 표현을 매일 하나 이상 사용하고 있고, 지구 어디에선가 매일 그의 작품이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소설, 시, 연극, 영화, 드라마, 웹툰, 뮤지컬, 미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익스피어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나는 영국인들이 세익스피어를 가장 사랑하는 이유와 그의 업적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영문법의 혁신을 가져왔다.
세익스피어 시대 이전의 영문법은 매우 엄격했다. 그러나 세익스피어는 과감하게 단어의 품사의 벽을 허물었다. 명사가 동사가 되고, 동사가 명사가 되는가 하면 형용사가 명사로 바뀌어 사용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명사 간의 결합을 통해 또는 접두사, 접미사를 자유자재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나 의미의 명확화, 확장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영어 단어는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풍부해졌고 다양한 의미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4차산업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 융합형 인재의 특징을 담고 있다.
아래와 같이 그가 처음 사용한 단어를 보면 현대사회의 감각이나 정서에도 손색이 없어 놀라게 한다.
▲belongings 소유물, ▲buzzer 버저(농구의 버저버터), ▲bedroom 침실, ▲brave new world 멋진 신세계, ▲candle holder 촛대, ▲catlike 조용한, ▲cheap 싸다, ▲coppernose 딸기코 (술취한 코), ▲critic 비평가, ▲dawn 새벽, ▲dewdrop 이슬방울, ▲disgraceful 수치스러운, ▲ dog day 7,8월 무더운 날, ▲embrace 포옹하다, ▲employer 고용인, engagement 약혼, ▲excitement 신남, 흥분, ▲eyeball 눈알, ▲fair play 정정당당한 시합, ▲foul play 반칙, ▲green-eyed 질투하는, ▲hot-blooded 다혈질적인, ▲cold-blooded 냉혈한, ▲investment 투자, ▲love letter 연애 편지, ▲never ending 끝나지 않는, ▲farmhouse 농가, ▲fashionable 유행하는, ▲flesh and blood 피와 살, 혈육, ▲half-blooded 혼혈인, ▲ill-tempered 성질이 급한, ▲informal 비격식적인, ▲lonely 외로운, ▲marriage bed 부부의 침대, ▲noiseless 소음이 없는, ▲outbreak (나쁜 일의) 발생, ▲overview 개요, ▲priceless 매우 귀중한, ▲useful 쓸모 있는, ▲useless 쓸모 없는, ▲undress 옷을 벗기다, ▲rawboned 깡마른, ▲rose-cheeked 볼이 발그레한, ▲schoolboy 남학생, ▲shooting star 별똥별 ▲successful 성공적인, ▲swagger힙합의 스웩, ▲title page 속표지, ▲uncomfortable 불편한, ▲unreal 비현실적인, ▲ villain 나쁜 놈, ▲waterdrop 물방울.
둘째는 바로 영문학의 창조다.
15세기 영국에서의 고급 귀족언어는 프랑스어였다. 모든 공문서도 프랑스어로 작성되었고, 영어는 서민들의 언어였다. 마치 조선시대의 한글처럼. 그런데 세익스피어가 이런 서민들의 영어로 근사하고 화려하고 품격있는 표현을 창조하면서 영어는 세계적인 언어로서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다. 특히, 그가 사용한 단어가 약 2만개 정도 있데 이 중 10%가 새단어나 이전에 없는 표현들이었다. 요샛말로 신조어, 유행어 제조의 인기작가였다.
그러면서 그의 작품 속 대사는 소박하면서 서정적이고,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로 가득했다.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절묘한 비유로 관객과 독자들의 귀를 사로 잡았다.
▲break the ice 어색한 분위기를 깨다, ▲for goodness' sake 제발 좀, ▲come full circle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다, ▲cruel to be kind (선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잔인한/단호한, ▲forever and a day 영원히,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the game is afoot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good riddance 속이 시원하다, ▲ hold one's horse서둘지마, ▲in my mind's eye 내 마음속으로, 내 상상으로, ▲kill(someone) with kindness 친절이 과해 ~에게 피해를 끼치다, ▲ love at first sight 첫 눈에 반한 사랑, ▲love is blind 사랑하면 눈이 먼다, ▲ never mind잊어요, ▲ parting is such sweet sorrow이별은 매우 달콤한 슬픔, ▲something in the wind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 wax and wane(달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wear my heart upon my sleeve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다; “To wear your heart on your sleeve isn’t a very good plan, you should wear it inside, where it functions best.(Othello)”.
맥버스가 욕망에 빠져 반역에는 성공했으나 그 댓가로 그는 잠을 잃었다. 그는 죄책감에 잠을 못자는 고통을 현대의 심리학자 못지 않게 송곳처럼 표현했다.
“Sleep that knits up the ravell'dsleaveof care, The death of each day's life, sore labor's bath, Balm of hurt minds, great nature's second course, Chief nourisher in life's feast.(걱정이라는 흐트러진 번뇌의 실타래를 곱게 풀어서 짜주는 잠, 그날 그날의 생의 적멸, 괴로운 노동의 땀을 씻고,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는 영약, 대자연이 베푸는 제2의 생명이요, 생의 향연에 최대의 자양을 주는 그 잠을 말이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주옥같은 명대사는 현대 경영에도 널리 인용되어 쓰여 지고 있다.
▲토끼를 쫓는 것보다 사자를 쫓는 것이 더욱 흥분되는 일이다→원대한 목표설정.(헨리4세)
▲우물쭈물하는 것은 대낮의 등잔같이 불이 아깝다는 뜻이네→결단력.(로미오와쥴리엣)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모든 준비는 다 되어 있는 셈이오→경영의지.(헨리5세)
▲먼저 꽃을 피운 열매가 먼저 익는다→시장선점.(오델로)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다→경영관리.(맥베스)
▲밤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은 찾아온다→경영위기 극복.(맥베스)
▲과일은 가장 달콤한 부분부터 썩는다→리스크 관리.(쏘네트)
▲내 지갑을 훔치는 자는 쓰레기를 훔친 것과 같지만, 나의 명성을 훔치는 자는 실로 나를 가난하게 만드는 자다→브랜드.(오델로)
셋째는 비극이라는 장르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세익스피어가 어린 시절 장갑을 만드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가끔 찾아오는 연극단의 무대를 보기 위해 읍내 원형극장을 찾았다. 당시 영국의 서민들은 삶의 애환이나 정서적 불만을 이런 원형극장에서 연극을 보면서 해소하였던 것이다. 마치 우리 조상들이 마을 마당에 모여 굿이나 사물놀이를 보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소한 것과 같다. 이러한 무대극을 희곡(drama)이라 부르며 크게 비극(tragedy)과 희극(comedy)으로 나눈다.
여기서 잠시 비극(tragedy)에 대해 알아보자
세익스피어 이전에는 비극이란 장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oetics)에 나오는 고전적 비극의 정의에 충실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의 정의를 살펴보자.
"Tragedy, then, is an imitation of an action that is serious, complete and of a certain magnitude, in language embellished with each kind of artistic ornament the several kinds found in separate parts of the play ; in the form of action, not of narrative through pity and fear effecting the proper expurgation of these emotions(비극은 극의 개별 부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예술적 장식을 각각의 언어로 진지하고 완전하며 일정한 규모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다. 서사가 아닌 행동의 형태로 연민과 두려움을 통해 이러한 감정의 적절하게 정화하는 것이다)."
다시 요약하면 시학에서 정의하는 비극은 "우리 삶의 모방(mimesis), 진지한 주제(serious), 인물의 위대함(complete), 드라마적 형태(dramatic), 연민과 두려움을 통한 마음의 정화(katharsis)" 등 5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대표적으로 소포클레스의 "오디푸우스 왕"이란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오디푸스왕은 존속살인과 근친상간의 비극이 개인의 잘못이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신의 명령(신탁)이나 운명 때문에 불행이 시작된다. 관객들은 자신과 닮은 친숙한 이야기에 연민을 느끼고, 가혹한 운명에 공포를 느끼면서 일종의 마음의 정화(katharsis)를 경험한다. 이것이 비극이 주는 힘이다.
그러나 세익스피어는 전통적인 비극의 기준을 벗어나 자기 만의 독창적인 비극의 전형을 제시했다. 그는 운명이 아닌 인간 본질을 주시했다.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과 탁월한 심리적 묘사를 통해 비극의 원인은 다르게 제시했다. 그의 유명한 4대 비극, 햄릿(우유부단) 멕버스(욕망), 리어왕(복수), 오델로(의심)에서 그 특징이 잘 나타나듯이, 세익스피어 인간의 본성과 한계에 초점을 맞춘 비극의 정의를 제시하고 완성시켰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고 친숙한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작품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들지 못한다. 문학 작품으로써 완성도가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세익스피어가 독창적으로 내세운 비극 기준에 미치는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오히려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전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 기준에 가깝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운명에서 비극이 시작되는데,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가문의 갈등이라는 운명에서 잉태된 비극이니 프레임이 비슷하다.
그러나 이후 세익스피어는 작가로서의 역량이 축적되고 또 4대 비극을 집필하면서 인간 중심의 새로운 비극의 경지를 개척하였고, 이러한 점에서 그의 위대함이 있다. 많은 실존주의 철학자, 작가들이 세익스피어를 실존주의의 효시라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세익스피어를 가장 위대한 1인 창조기업가로 소개했고, 그 이유를 하나씩 짚어봤다. 여기서 현대 기업 경영과 결부시켜 그 의미를 재차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영문법의 혁신에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기업 경영의 창의와 융합 정신의 교훈을 되새길 수 있다. 둘째, 영문학의 변혁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존의 표현, 진부성을 깬 새로운 영역의 도전정신을 상기시킨다. 셋째, 비극 장르의 새로운 기준 제시와 완성은 전문가적인 기술력, 독창성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모바할 수 없는 R&D 기술력을 의미한다. 오늘날 치열한 경영환경에 비추어 보면 참 절묘한 경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인들이 인문학적 요소, 품격있는 예술적 향기를 느끼면서 경영에 전념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것이 360도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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