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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채로 인상주의 화풍을 열었다. 우리의 눈에는 당연하게 보이는 사물을 빛과 공기, 계절 그리고 그 만의 느낌대로 재해석하여 세계적인 작품을 남겼다. 우리는 이러한 작가정신과 작품에서 경영혁신의 단서를 찾는다.

 
 
■ 캠퍼스의 가을 빛과 모네의 연작

 

캠퍼스는 가을빛으로 가득하다. 코로나 펜데믹이 끝나고 활짝 열린 공간에 웃음과 에너지가 넘쳐나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봄과 가을 기온은 비슷하지만, 햇볕의 끝은 다르다. 봄볕은 따뜻한 생명의 힘이 있다면 가을볕은 삶을 위로하되 결실을 위한 빛이 있다.  봄볕은 다가오지만 가을볕은 멀어져간다. 빛의 스펙트럼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빛의 화가가 있다. 클로드 모네(1840~1926)는 인상주의 화폭은 연 빛의 화가이다. 중세 르네상스 이후 과학의 발달로 사실주의가 지배하던 시절, 모네는 다른 사실을 발견하였다. 사물은 빛에 의해 다르게 보여지고, 사람마다 각자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는 빛의 변화에 대한 감성을 천재적인 색감으로 현란하게 표현하였다.

 

그가 남긴 작품을 보면 유난히 연작이 많다. 지베르니의 수련, 루앙 대성당, 건초더미, 포플러 나무 등 미술 애호가가 열광하는 수많은 연작을 그려냈다. 모네의 눈에는 가시광선의 변화에 따라 각각 다른 사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를 여행하다 보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루앙이다. 센강 옆 구릉 분지에 있는 루앙은 잔다르크가 갇힌 탑이 있고, 고대 건축물이 즐비한 박물관 도시이다. 모네가 화가로서 명성을 얻고 승승장구한 시기인 1894년에 형을 만나러 루앙에 갔다가 루앙 대성당의 매력에 전율을 느낀다. 그는 매우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교회당에 시선이 고정되지 않고, 태양의 위치와 구름, 날씨 변화에 따른 성당 색채와 형태의 변화를 캔바스에 옮겼다.
 

※루왕성당 사진과 모네의 루왕성당 연작 (출처: wikipedia.org. 이하 동일)

 
모네가 빛에 미친 건 맞다. 모네를 포함하여 인상주의 화가들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모네의 모델이자 부인인 까미유의 죽음을 그린 작품이다. 모네에게 운명의 여인인 까미유는 아들 장과 함께 여러 작품에 등장하고 모네의 무명 시절 빵이 없어 굶던 애처로운 가족이다.

 

그런 그녀가 1879년 임종을 맞았고, 비통에 빠진 모네는 전당포에 잡힌 메달을 찾아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렇게 슬퍼하던 모네는 하얀 모포에 덮인 그녀의 야윈 시신을 앞에 두고 죽음을 망각한 채 시시각각 짙어지는 색채의 변화를 잡아두겠다는 생각에 빠져 그녀를 그려가기 시작했다. 참 극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부인 까미유와 아들 장(좌), 모포에 덮힌 까미유 시신(우)

 
 
■ 인상주의를 태동시킨 사회변화

 

인상주의 화풍 이전에는 사실주의가 지배했다. 널리 알려진 밀레의 저녁 종이나 이삭 좁는 여인들 작품처럼 거의 사진과 같이 사실적이고 원근법이 완벽하게 적용되었다. 이런 화풍에 변화가 불가피한 세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는 사진기 발명이다. 1826년 프랑스 화학자 니엡스는 최초로 전원 풍경을 찍어 8시간 만에 성공하였다. 그라의 창 밖의 풍경이란 작품이다. 사진기의 등장은 화가들에게 엄청난 위기로 나타났다. 블라맹크(야수파 화가)는 사진의 모든 것들을 증오한다고 말했고, 들라로쉬(낭만주의 화가)는 그림의 역사는 막을 내릴 것이다라고 예견함으로써 화가들의 위기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드러냈다.

 

물론 사진을 적극 활용하는 화가들도 출현하였다. 들라크루아는 사진은 우리가 지나치는 포즈를 잡아낼 수 있다고 하였고, 앵그르는 특히 모델이 장시간 움직임 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초상화 작품에 유용하게 사용하였다고 한다. 드가(인상주의)는 춤추는 무용수의 동작을 순간 포착한 사진을 활용하여 그렸다.

 

사진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그림은 실제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진기 이후에는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작품을 그릴 수도 없었지만, 설령 그린다 하여도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사진기의 등장은 미술계의 큰 변화를 가져왔고, 인상주의 태동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1826년 세계 최초로 니엡스가 발명한 사진기(좌)와 창 밖의 풍경 사진(우)

 
둘째는 튜브 물감의 출현이다. 튜브 물감 덕에 야외 작업이 더 쉬워졌다. 야외에서 자연을 관찰하여 그림을 그리려면 미술 도구들을 자유롭게 운반할 수 있어야 한다. 1841년 미국의 화가 John Goffe Rand는 페인트 튜브를 발명했고 1850년부터 상용화되었다. 그전까지는 돼지의 방광에 유화 물감을 넣어서 이용했는데 부피가 크고 보관이나 이동이 불편했고, 사용 후 다시 밀봉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주석으로 만든 튜브는 이러한 단점을 단번에 해결해주었다. 밀봉된 튜브 물감은 오래 보관할 수 있고 흘러내리지도 않으며 여러번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화가들은 야외 작업이 훨씬 손쉬워졌다. 순간적인 빛과 대기의 움직임을 포착해야 했던 인상파 화가들에게는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튜브 물감을 들고 야외 어디든 이동하면서 자연을 캔바스에 담을 수 있었다.

 

사소해 보이는 이 발명품 덕분에 세잔, 모네, 피사로, 고흐 등 인상주의 화가들이 탄생했고, 심지어 르누아르는 ‘튜브 물감이 없었다면 인상주의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다시말해 아틀리에(Atelier) 벗어나 멀리까지 이동하면서 그림을 그릴수 있는 환경이 조성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돼지 오줌보 물감통(좌), 주석으로 만든 튜브 물감(우)

 
셋째, 기관차 등장이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와트가 개량한 증기기관을 이용한 증기기관차와 증기선이 19세기 초반에 선보였다. 1825년 스톡턴에서 달링턴을 잇는 석탄 수송용 최초 상업용 철도 등장 이후 5년 뒤 1830년 리버풀과 맨체스터를 잇는 최초의 상업철도가 운행을 시작하였다. 화가들은 실내 화실을 벗어나 원하는 야외로 빠르게 이동하여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자연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개통 초기의 철도역 풍경 삽화


이렇게 19세기 초 사진기의 발명과 튜브 물감의 활용 그리고 증기기관차의 등장은 미술계의 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고, 그 결과 화려한 인상주의가 꽃피우게 되었다.
 
 
■ 모네의 경영혁신 두가지 메시지

 

나는 모네의 시각을 통해 경영의 혁신을 생각해 본다. 모든 보편적인 사람들 눈에는 항상 똑같이 보이는 루앙 성당이 모네의 눈에는 전혀 다른 사물로 보였다. 여기서 우리 기업인들은 시장과 고객을 고정된 루앙 성당과 같이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가? 그 고객은 언제나 변치 않고 우리 기업과 제품에 충성하리라 생각하는가?

 

그러나 실제 현실은 모네가 느끼는 빛의 변화처럼 시장과 고객은 변하고 있고, 이미 변했을지 모른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그 변화의 속도가 빛의 속도(광속)일 수도 있다.

※모네의 연작들, 포플러 나무(좌) 수련(중) 건초더미(우)

 
나는 모네의 작품에서 또 다른 경영의 교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무명 화가 시절 야심 차게 준비한 ‘인상, 해돋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살롱전(국전)에 출품하였으나, 보기 좋게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당대 비평가들의 경멸적인 혹평을 받아야만 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널리 알려진 최고의 그림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1874년 살롱전에 떨어진 작품들만 모아서 ‘앙데팡당전(낙선전)’이 개최되었다. 요즘 말로 패자부활전인 셈이다. 모네는 이 작품을 다시 출품하고, 이를 계기로 작품 가치에 걸맞는 재평가를 받고, 세계적인 작품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우리 기업인들은 세계적인 명화도 이런 어려웠던 과정, 재기의 여정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도 한 두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기업인들이여, 잃을 것은 용기가 아니다.

※밀레의 사실주의 작품인 이삭줍는 여인들(좌), 모네의 대표작 인상, 해돋이(우)

 
 
(주) 저는 23년 8월부터 단국대학교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 교수로 인생 3막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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