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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스티브 잡스(1955~2011)는 1955년 2월 시리아 출신 유학생 압둘파타 존 잔달리와 위스콘신 대학원생 조앤 시블과 사이에 태어났다. 그는 친모 시블 집안의 반대로 결혼을 못 이루자 폴 라인홀트 잡스 부부에게 입양되었다. 양 아버지인 폴 잡스는 해안경비대 기계공 출신으로 제대 후 중고자동차 수리와 판매 일을 하였다. 그는 손재주가 좋아서 중고 자동차를 사들인 후 중요부품을 교환 수리하여 차 성능을 높여 되파는 일을 하였다. 그는 어린 스티브 잡스에게 기계나 직업을 대하는 자신의 신념을 심어 주었다.

그는 부품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짖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잡스는 부품 가격을 흥정하는 장면이나 보이지 않는 세밀한 부분에까지 열정을 다하는 양 아버지의 가르침을 평생의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잡스는 성장하고 애플의 규모가 커져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제품 설계와 디자인에 반영되면서 인류 역사상 최고의 기업인 애플을 탄생시켰다.

스티브 잡스 양아버지와 생가지 등

이렇듯 가정교육은 자녀의 일생을 좌우하고 지구상 가장 위대한 경영자를 탄생하게 했다. 인간의 성격형성에 있어 특히 유아시절 아버지의 존재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3~6세까지의 성격형성을 남근기라 정의했다. 이 시기에 남아는 오디푸스 콤플렉스, 여아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남아는 아버지를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고 아버지의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에서 자신의 열등감을 경험하고 남성으로서의 성역할을 습득하게 된다. 아버지처럼 넥타이를 매는 것을 흉내 낸다거나 말투를 따라하고 행동을 모방하면서 자아를 발달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의 자녀교육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주게 된다.

  

피카소 아버지의 세밀화 지도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위대한 예술가로 피카소(1881~1973)를 꼽는다.

파블로 피카소의 아버지는 미술교사인 호세 루이스 블라스코이다. 그는 아들 피카소의 비범한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못 다한 꿈을 아들에게 쏟으며 회화를 지도하였다.그는 특히 비둘기 그림을 즐겨 그렸는데 마지막 세밀한 비둘기 발은 꼭 아들 피카소에게 맡겨 완성토록 하였다.
 
일반인들은 입체파, 추상미술, 초현실주의의 대가로 칭하듯이 피카소의 그림을 난해하다고 하지만 실제 피카소의 어린 시절 작품은 매우 사실적이고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피카소의 초기 작품들에서 엿볼 수 있는 손과 발의 표현이 그 어느 화가보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탁월했다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천재적 재능의 어린 피카소를 진정한 천재 화가로 키워냈다.

피카소 비둘기 그림과 스케치

키에르케고르 아버지의 책 읽어주기
또 다른 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펜하겐의 실존주의 철학자 소렌 오뷔에 키에르케고르(1813~1854)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그는 서정적이고 우수에 찬 시적인 언어로 실존 철학을 제시하였다. 그 역시 아버지 미켈 페데르센 키에르케고르의 성격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안개가 자욱한 코펜하겐의 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아버지 미켈은 키에르케고르를 침대에 누이고 두 눈을 감게 한 다음 수 많은 책과 시를 읽어 주었다. 어버지의 음성으로 전달되는 문학의 세계는 어린 키에르케고르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주었다. 이런 감수성과 언어의 감각은 ‘죽음에 이르는 병, 이것이냐 저것이냐’ 등 실존 철학의 명저를 남기게 했다.

Copenhagen의 항구모습



실존주의의 대표적 명제 중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Existence Precedes Essence).’가 있다. 나는 고교시절 이 의미를 이해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그 말이 그 말인 듯하고, 실제 우리 생활 속에서는 본질과 실존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오랜 사색과 독서 끝에 얻은 결론은 본질은 그 사람의 태어난 본래적 환경이고, 실존은 현재 그 사람이 처해 있는 현실적 상황으로 정리되었다. 다시말해 어떤 가문, 배경, 학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모습과 존재감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기업경영도 현재의 상황 즉 경영의 실존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코페하겐 키에르케고르 동상과 저서


이런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는 사례이다. 경제교육에 있어서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청소년기의 경제교육은 평생갈 수 있으며 이 경제교육은 바로 가정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부모들의 실제 생활에서 보여주는 경제적 판단과 모습들이 바로 자녀들의 경제관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집안에서의 경제교육이 산 교육인 셈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를 바탕으로 경제생활을 하게 된다.

내가 과거 주택은행 근무시절에 아파트 청약 고객들을 수 없이 접한 경험이 있다. 90년대 전후 아파트 청약은 재테크나 내집 마련의 로또같은 제도였다. 그런데 어떤 고객들은 40대, 50대가 되어도 주택마련을 못하고 무주택자로 남아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 분들의 특징은 청약통장을 가입하고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다. 이 분들은 청약통장에 가입하고 중도해지하고, 또 가입하고 중도해지하는 것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일 청약통장을 잘 활용하여 내집 장만을 하고 이후 집값 상승으로 더 큰 평수로 옮겨 갔다면 상당한 재테크 스킬을 습득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혹시 일찍이 30대에 내집 마련을 하고 부동산 관련 재테크를 경험했더라면 그 이후에도 잘 대응했으리라 생각한다. 성공해본 경험이 또 다른 성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모의 경제활동의 모습을 가정에서 보고 자라는 자녀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이보다 더 큰 산교육은 없다.그 만큼 자녀들의 가정 경제교육이 중요하다는 점, 가능하면 청소년기 또는 젊은 시절에 재테크의 경험을 쌓은 게 평생 재테크의 자산이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부가 세습되는게 아니라 집안의 경제교육이 세습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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