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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경영 이야기

인문감성경영

finworld 2023. 11. 7. 17:08
영국의 그룹사운드 Cold Play가 부른 Scientist란 곡이 있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누구나 쉽게 감상에 빠져드는 곡이다. 그런데 목명이 '과학자(scientist)'로 팝송의 제목치곤 꽤 낯설다. 나는 이 제목과 멜로디 그리고 가사가 주는 의미를 눈치채는 데 한참 걸렸다. 여기서 한참이란 몇 개월을 의미한다. 들을 때마다 의문을 품었다가 또 한동안 잊혔다가 다시 듣고 또 고민하기를 몇 번 반복되었다. 결국, Cold Play 그룹의 스페인 마드리드 공연 영상에 짧게 설명된 자막에서 이해의 실타래가 풀렸다.

 
이 곡은 나다나엘 호오손의 소설 출생반(birthmark)에 대한 슬픈 일화가 배경이다. 아일머(Aylmer)라는 젊은 과학자는 아름다운 조지아나(Georgiana)와 결혼을 하였는데 그녀의 볼에는 반점(birthmark)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아일머는 유일한 불안전한 결점이라 여겼고, 그래서 이 점을 제거하기를 강력히 원했다. 결국,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개발한 약을 발랐는데 불행하게도 이 약 때문에 부인은 죽게 된다. 이 소설은 이성과 감성, 완벽함과 자연스러움에 대한 대비를 통해 사랑은 감성과 자연스러움이 더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사 내용은 이렇고, 그 아래는 그 공연 실황 영상이다.

Come up to meet you tell you I’m sorry. You don’t know how lovely you are.
I was just guessing at numbers and figures. Pulling the puzzles apart.
Questions of science, science and progress. Do not speak as loud as my heart.
Nobody said it was easy . Oh it’s such a shame for us to part.
Oh and I rush to the start. I’m going back to the start.
미안해, 사랑해. 나는 숫자와 기호, 퍼즐을 풀 듯이 너를 대했는데 이걸로는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 사랑은 쉽지 않아.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 다시 시작할께.

[cold play의 스페인 마드리드 공연, 출처 유튜브 & 편집]


이렇게 팝송의 주인공은 사랑을 과학 작업하듯이 하다가 결국 실패한다.  사랑에 대해 깊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노라고 다짐한다. 다시말해 사랑은 과학이 아니라 감성이란다.

 

이와 연관지어 영국의 유미주의 대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이런 경구를 남겼다. “Women are made to be loved, not understood.” 즉 여성은 사랑의 대상이지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서 사랑은 “감성”이며 이해는 “이성”을 뜻한다. 이를 다시 고치면  “여성은 감성으로 대해야지, 이성으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나는 이 친숙한 팝송을 통해 기업인도 '시장과 고객'을 감성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Markets(Customers) are made to be loved, not understood. 시장과 고객은 감성이지 이성이 아니다."  이것이 감성경영의 요체이다.
 

인문은 무엇일까?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은 인간의 삶과 사고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은 예술, 문학, 철학, 역사,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가 있으며, 자연과학이나 공학과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최근 기업인들을 사이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기업인들에게 인문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인이 인문학을 배워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공자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학습하고 역사를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 또 어떤 도움이 될까?

 

나는 기업인들이 인문학을 배우는 게 아니라 인문학을 통해 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인문감성경영은 이성보다 감성으로 소통하는 경영이며, 문학과 예술 등을 통해 소통하는 경영이라고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기술에 인문과 감성을 더해 기술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야말로 “인문감성경영”이라는 결론이다.

 

아래에는 닭 한 마리가 있다. 위풍당당한 숫닭이다. 이 닭의 가치는 생닭일 때는 5천원 정도한다. 옛날 시장 통에 도마 위에 배가 갈려져 온갖 모욕을 당하는 닭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이 때가 가장 저렴하다. 여기에 옷을 입혀 튀기면 가격이 조금 올라간다. 능이백숙의 요리로 뜨거운 솥에 담기면 더 비싸진다. 마침내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브랜드를 걸치고 샐러드와 탄산음료까지 곁들이면 그 가치는 점점 날개 단다. 

여기에 지체하지 않고 더 비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일본식 고급요리 “마카세”가 있다. 즉, 주방장이 알아서 그날 가장 자신있고 맛있는 식재료로 요리한다는 전문음식점이다. 일본 특유의 예법을 살려 극존칭을 붙여 흔히 “오마카세”라 한다. 닭꼬치 코스 전문점은 “야키토리 코슌”라 한다. 서울에 가면 이런 일식집이 여럿있는데, 코스당 1인 8만원 정도한다. 근사한 왜색 풍의 인테리어로 단장한 입구가 보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금계(金鷄)의 간지나는 보로 치장된 테이블이 맞이한다. 잠시 후 주방장의 자부심이 충만한 오마카세가 하나씩 서비스 된다. 이쯤되면 닭의 가치는 질식할 듯 올라간다.

 
이렇듯 똑 같은 닭 한 마리가 칼국수가 되기도 하고, 능이 백숙이 되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치킨이 되는가 하면, 오마카세 요리로 정점을 찍는다. 나는 기술을 경시하는게 아니다. 오히려 같은 원천 기술(닭)도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는 점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술에 옷을 입히고 색을 칠하고 스토리를 걸치면 그 기술(닭)의 가치는 극대화되는 법이다. 사람도 기술도 닭도 다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고 싶다. 아래 사진은 유명한 스티브란 이름을 가진 두 젊은 천재다. 왼편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기업가인 “스티브 잡스”이고, 맞은 편은 오늘날 PC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이 두사람은 20대 초반 컴퓨터 동호회에서 친구로 만났으나 인간 감성에 대한 성향은 완전 달랐다. 특히 워즈니악은 가장 순진한 엔지니어로 클럽에서 노는 것보다 회로 설계에 열중하는 게 더 즐거웠고, 여학생과 눈을 마주치는 것보다 자판을 치는게 더 편했다. 내 주변에도 이런 엔지니어 출신 사장님들 많다. 그는 뜨거운 열정으로 PC를 개발했는데 그것을 잡스에서 보여주면서 “이것을 동호회 회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잡스는 달랐다. 그는 조악하게 조립한 작은 컴퓨터가 시장에서 통하고 역사를 바꿀 것이라는 것을 한 눈에 직감했다. 그래서 워즈니악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제 값받고시장에 내다 팔기로 했다. 이것이 애플의 시작이며, 장차 시가총액 3조달러 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이 탄생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잡스는 초인적인 감성 미학을 가미한 애플 컴퓨터를 선보였다. 그의 인문감성 능력이 PC라는 새 장을 창조했고, 아이폰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스티브 잡스(왼편)와 스티브 워즈니악(오른편)

 
기업인들도 자신의 기술 가치에 대해 보다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순수한(childish) 기술 지상주의에 빠지지 말고, 기술의 가치를 극대화(optimized)시키는 방향으로 인문감성경영을 이해하고 실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엔지니어가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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