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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인류의 통합

 

 

농업혁명 이후 인간사회는 점점 더 규모가 크고 복잡해지는데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바로 문화이다. 문화는 인간 집단을 일정한 방향으로 안정적으로 이끄는 매개이지만 그 내부에는 모순이 항상 상존해 있었다. 중세에는 기독교와 기사도가,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자유와 평등이, 공산주의에서는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야만적인 독재가 나타났다. 그러나 문화는 설령 내부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했다 해도 이 모순은 문화의 엔진으로 인간의 창의성과 활력의 근원이 되었다. 마치 두 음이 서로 충돌하면서도 음악 작품이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만일 인간이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없었다면 문명을 건설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면 문화는 통일의 방향으로 가는지 아니면 다양성, 분열의 방향으로 가는지는 판정하기 어렵다. 만일 우주에서 본다면 역사가 통일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역사상의 각종 사건과 기독교의 분화, 몽골제국의 붕괴 따위는 고속도로의 과속 방지 턱에 지나지 않았다.

 

1450년 유럽인의 세계탐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호주의 섬 테즈메이니아처럼 외부와 단절된 작은 세계가 상당히 많이 있었다.  90%에 가까운 인류는 아프로아시아 세상에서 살았지만 나머지 인류는 네 개의 세계로 분리되어 있었다. 중미 대부분과 북미 일부의 메소아메리카 남미 서부의 안데스 호주 대륙 하와이에서 뉴질랜드에 이르는 대양 세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3백년간 아프로아시아는 세계의 나머지 지역 전부를 집어삼켰다. 지금 오늘날은 거의 모든 인류는 동일한 지정학 체계(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가), 동일한 경제 체계(자본주의 시장의 힘), 동일한 법 체계(인권, 국제법), 동일한 과학 체계에 수렴되고 있다.

 

[1940년 지도]

 

 

 

여기에 인류의 보편적인 세가지 질서가 등장했다. 경제적인 질서 화폐, 정치적인 질서 제국, 종교적인 질서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등장했다. 이런 질서는 잠재적 통일로 향해 갔다. 어떻게 화폐와 제국과 종교가 퍼져나갔나 알아보자.

 

 

첫째, 화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수렵채인시대에는 자급자족으로 충분했다. 농업사회부터는 물물교환이 생겨났다. 도시와 왕국이 등장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화가 진행되고 교환할 물건도 많아지고 복잡한 교환 경제가 도래했는데, 이를 떠 받칠 다양하고 정교한 가격체계가 절실했다. 즉 사과는 품질과 작황과 지역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신발도 기술과 가죽의 종류, 질에 따라 수많은 가격이 존재해야 했다. 많은 수의 물품들을 연결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바로 돈(화폐)이다.

 

기원 전 3천년 경 수메르는 보리 화폐를 처음 선보였다그 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처음으로 세겔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은화가 아니라 은 8.33그램을 말했다그 후 정해진 무게의 귀금속은 결국 주화를 탄생시켰다역사상 최초의 주화는 기원전 640년경 아나톨리아 서부에 있던 리디아의 왕 알뤼아테스가 만들었다이 주화는 표준화된 무게의 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졌고식별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오늘날 사용되는 거의 모든 주화의 조상이 되었다 

 

[역사상 초기 동전] 기원전 7세기경 고대국가 리디아

 

 

 

()은 다른 종교간에도 통용되었다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한다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이다돈은 언어나 국법문화코드종교 신앙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 있다돈은 종교나 사회적 성별인종연령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기도 하다돈 덕분에 서로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했다.

 

 

화폐는 물품의 가치를 쉽고 간단히 비교하여 교환할 수 있고, 부를 축적하고 세금을 손쉽게 징수할 수 있었다. 저자는 가치의 교환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군인이 월급으로 대학 수업료를 낸다면 체력이 지력으로, 의사가 변호사 선임 비용을 낸다면 건강이 재판으로, 공작이 부하들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재산을 판다면 땅이 충성심으로, 심지어 창녀가 교회 면죄부를 산다면 성관계를 구원으로 바꾼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돈은 필요에 의해 탄생했지만 돈은 시장의 규모를 폭발적으로 키웠고 복잡한 상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돈은 물질적 실체가 아니라 심리적 구조물이며, 집단적 상상의 산물이다. 인간이 고안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 신뢰 시스템의 일종이다.

 

[고대 중국문자]

 

 

 

다음은 제국에 대한 이야기다. 제국은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 제국은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지니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는 서로 다른 많은 민족이나 국민을 지배하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제국은 자신의 기본구조와 정체성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더 많은 국가와 영토로 확장하는 속성이 있다. 이 특징 덕분에 제국은 다양한 민족과 지역들을 하나의 정치 체제하에 묶어낼 수 있었고 인류와 지구를 하나로 융합해 나갔다.

 

최초의 제국은 사르곤 대제(기원전 2250년경)의 아키드 제국이다. 메소포타미아의 모든 도시 국가뿐 아니라 외곽의 넓은 영역까지 정복했다. 페르시아 만에서 지중해 연안, 오늘날의 이라크와 시리아 대부분, 현대 이란과 터키의 일부를 포함했다. 그 이후에 세계 곳곳에서 제국이 탄생했는데 중앙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영역, 중국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전통적 정치 이론은 하늘은 지상에 있는 모든 정통성 있는 권력의 원천이라 했다. 하늘의 천명을 받은 황제는 그 아래 모든 백성을 위해 천하를 다스리고 정통성을 지닌 보편적 권력이 된다. 우주의 여섯 방위를 통틀어 만물이 황제에게 속한다고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은 자랑했다. 그 이후 중국에서는 하나의 제국이 붕괴하여 여러 국가가 난무하면 중국의 재통일을 시도해야 한다는 정치이론이 등장했고 그리고 늘 성공했다.

 

제국은 수 많은 작은 문화를 융합해 몇 개의 큰 문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제국 내 작은 관할 구역들이 저마다 별개의 법과 서식과 언어와 화폐를 지니고 있으면 지배하기 힘들다. 제국은 정통성을 얻기 위해서 공통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전파했다. 또 대체로 제국은 복속시킨 민족의 많은 것을 흡수하여 혼성 문명을 이루었다.

 

제국이란 반드시 거대한 국가체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조그마한 영토라도 정신적 문화적으로 일체감을 갖게 하고 영향력을 미치게 하는 게 제국이다. 제국은 관대한 정책으로 여러 민족이나 먼 거리에 있는 영토가 하나의 일체감, 통일감을 갖도록 한다. 언어, 문자, 행정제도, 종교, 관습까지 하나가 되도록 한다. 제국이 망해도,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해도 그 영향력이 남아있다. 오히려 제국을 배제하고 존재하고 설명될 수 있는 문명이 역설적이게도 없다. 로마제국이 멸망했어도 로마의 문화가 각 국가에 고스란히 남아 계승되고 있다.

 

기원전 200년경 이래로 인간은 대부분 제국에 속해 살았다.  21세기가 전개되면서 민족주의는 급속하게 입지를 잃고 있다. 특정 국적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인류의 구성원 모두가 정치권력의 합법적인 근원이며 인권을 보호하고 인류 전체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원칙이 되고 있다.  2백개에 가까운 국가들은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다. 현대는 어떤 주권 국가도 혼자서는 지구 온난화를 극복할 수 없다. 오존층 파괴, 온실가스 축적,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같은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조각나 있지만, 각 국가들은 빠른 속도로 독립성을 잃고 있다. 어느 국가도 독자적인 경제 정책을 실행하거나 마음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수행할 실질적 능력이 없다. 심지어 국내 문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마켓, 글로벌 회사와 NGO, 글로벌 여론과 감독에 국제사법제도에 점점 문호를 열고 있다. 국가들은 재정적 형태, 환경정책, 사법제도에서 글로벌 기준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간의 경계나 국가의 의견은 점점 더 무시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가, 엔지니어, 학자, 법률가, 경영인이 이 세계적 제국에 동참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세계는 하나의 제국처럼 되었다.

 

[인도 뭄바이 기차역] 대영제국 건설

 

 

 

마지막으로 종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늘날 IS나 세계 각국의 신앙으로 인한 전쟁과 분쟁, 테러를 보면 종교는 흔히 차별과 의견 충돌과 분열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 종교는 돈과 제국 다음으로 강력하게 인류를 통일 시키는 매개체이다. 종교는 두 가지 속성이 있는데 보편적이고 초인적인 진리와 질서를 설파해야 하고, 이 믿음을 모든 사람에게 전파하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종교는 보편적이면서 선교적이다. 종교의 출현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명의 하나였고, 보편적 제국과 보편적 화폐의 등장과 매우 비슷하게 인류의 통일에 크게 기여했다.

 

원시종교는 애니미즘에서 시작되었다. 애니미즘은 매우 국지적이었고, 특정 장소나 기후 현상에서 시작되었다. 수렵채집인의 좁은 활동지역에서 평생을 보내며 생겨난 것이었다. 농업혁명은 종교혁명을 동반했다. 농업혁명은 동식물을 영혼의 원탁에 앉은 동등한 존재에서 소유물로 만들었다. 인간이 동식물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풍요나 하늘의 신들이 등장했다.

 

농업혁명으로 왕국이 등장하고 광범위한 제국을 아우르는 권력과 권위에 신들이 필요했고, 초기에는 다신교가 출현했다. 세상이 풍요의 여신, 비의 신, 전쟁의 신들 처럼 강력한 신들에게 통제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우리는 다신교를 무지하고 유치한 우상 숭배로 보는 경향이 있으나 그들은 우주에 신들은 다양하게 존재하고, 제국의 광범위한 지역마다 자신들의 신들이 있었다. 제국이 건설되었어도 각 지역의 전래의 신들이나 신앙을 배척하지 않았다. 로마제국만 해도 기독교를 박해했다고 하지만 초기에는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을 포기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박해는 일부 지역의 총독이나 행정관에 의해 박해가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로마인들이 살해한 기독교인은 몇 천명을 넘지 않았고 기독교인들 간의 종교전쟁, 신학이론, 이단 논쟁으로 수십만 명 죽인 것에 비하면 극 소수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굥의 전파 경로]

 

 

 

다신교에서 유일신앙이 태동했는데 돌파구는 기독교와 함께 왔다. 예수가 유일한 구세주라는 것을 믿는 유대교의 한 분파에서 시작했고 그 리더가 타르수스의 바울이다. 그는 예수의 피와 살로 인류를 구원하려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유대인 뿐 아니라 전세계로 전파할 필요가 있다고 추론했다. 기독교는 결국 강력한 로마제국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기독교의 성공은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현한 이슬람교의 모델이 되었다. 이슬람도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작은 분파로 시작했지만 기독교보다 더 놀라운 업적을 이룩했다. 아라비아 사막을 벗어나 대서양에서 인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제국을 정복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신론자들은 다신론자들에 비해 훨씬 더 광신적이었고 전도에 헌신하는 경향이 있다. 일신론자들은 자신들이 단 한 분밖에 없는 신의 모든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다른 종교를 인정할 수 없었다. 지난 2천년간 일신론자들은 모든 경쟁 상대를 폭력으로 말살시켰다. 그러나 또 시간이 흐름으로 일신교들은 다시 다신교적 경향을 나타냈다. 기독교에 많은 성인들이 등장하고 이들도 또 다른 하나의 신으로 섬김을 받고 기도 대상이 되었다.

 

일신교는 또 이신교를 낳았다. 이신교는 악의 독립적인 힘을 인정하는 것으로 선과 악의 두 힘의 존재를 믿는 것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쟁과 분열, 갈등 모든 일은 선과 악의 싸움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신교를 통하니 악을 설명하기 쉬워졌다.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세상이 전지전능하고 완벽하게 선한 신에 의해서만 통치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독립된 악의 힘이 있다. 이신교는 1천년 이상 번성했다.

 

기원전 1500년에서 1000년 사이의 조로아스터(자라투스트라)란 이름의 예언자가 중앙 아시아에서 활동했다. 그 신봉자들은 세상을 선신인 아후라 마즈다와 악신인 앙라 마이뉴 사이의 싸움터로 보았다. 그러나 로마제국은 기도교도들에게 빼앗겼고, 조로아스터교를 신봉한 사산제국은 무슬림에게 무너졌다. 오늘날 이신론을 믿는 공동체는 인도와 중동에 한 줌 정도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일신교가 이신교를 싹 쓸어낸 것은 아니었다. 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이신교에서 수 많은 관례를 흡수했으며, 기본적 사상 일부는 사실 그 기원이나 정신이 이신교적이다.

 

일신론자들은 악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이신론자들의 이분법에 매혹될 수 밖에 없었다. 천국(선신의 영역)과 지옥(악신의 영역)에 대한 믿음 역시 이신론에서 비롯됐다. 구약에는 이런 믿음의 흔적조차 없고 사람들의 영혼이 육체가 죽은 다음에도 계속 산다는 주장도 없다. 요즘 기독교인은 일신론의 하나님만이 아니라 이신론적 악마, 다신론적 성자, 애니미즘적 유령까지 모두 믿는다. 종교학자들은 이처럼 서로 다르고 상충하는 사상을 동시에 인정하는 행위를 제설 혼합주의라 했다.  

 

한편 기원전 1000년부터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종교가 아프로아시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인도의 자이나교와 불교, 중국의 도교와 유교, 지중해 분지의 스토아 철학, 견유철학, 에피쿠로스주의와 같은 신생 종교들의 특징은 신을 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세상을 지배하는 초인적 질서는 신의 작용이 아니라 자연법칙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신들도 꼬끼리와 다름없이 자연법칙을 멋대로 바꿀 수 없다고 봤다. 그 신들도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 보았다.

 

불교의 중심은 신이 아니라 인간, 고타마 싯다르타이다. 그는 인간 번뇌의 핵심과 원인과 치유법에 대해 명상을 했고 집 없는 방랑자로 수행을 했다. 마침내 그 번뇌의 원인은 집착이 문제라고 깨달았다. 행복의 순간은 행복을 잡으려는 집착 때문에, 불행할 때에는 불행에서 벗어나려는 집착 때문에 인간은 고통과 번뇌에 빠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거기에는 고통이 없다. 집착이 완전히 꺼지면 완벽한 만족과 평온의 상태에 되는데 바로 열반이다. 완전한 자유를 얻는 상태이다일신론은 신이 존재하나 불교는 번뇌가 존재한다

 

불교는 신들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마음에서 집착이 일어나면 우주의 어떤 절대적인 신도 그를 번뇌에서 구해주지 못한다. 불교도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불교 분파들이 부처들과 보살들로 구성된 만신전을 발전시켰다. 이들은 불행에 빠진 인간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고 발전시켰다 불교도들은 신을 숭배하는 대신에 이런 깨달은 자들을 숭배하기 시작했고, 이들에게 열반에 이르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할 뿐 아니라 세속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빌었다. 부처가 신이 되어 버렸다.  

 

[불교의 전파 경로]

 

 

근대에는 수 많은 자연법칙과 같은 종교가 새로이 등장했는데,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국가사회주의가 그렇다. 이들은 종교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이데올로기라고 칭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용어상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정의라면 불교나 도교, 스토아철학도 종교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유신론적 종교는 신에 초점을 맞춘다. 인본주의적 종교는 인간, 좀 더 정확하게는 호모 사피엔스를 숭배한다. 인본주의는 인간성의 정확한 정의에 따라 세 개의 분파로 나뉘었다. 자유주위적 인본주의,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진화론적 인본주의이다

 

자유주의적 인본주의는 인간성은 신성하고 이런 신성한 인간 존엄성이 침입이나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자유이며, 인권이다. 이것은 개인의 영혼을 믿는 전통 기독교에서 직접 물려받은 유산이다.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인 것이 포인트이다. 인간을 신성하게 보는 것은 개개인이 아니라 전체 호모 사피엔스이다. 자유주의적 인본주의가 개개인의 최대한의 자유를 추구하는데 비해,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는 모든 인간의 평등을 추구한다. 진화론적 인본주의는 전통적 일신론의 속박에서 벗어난 주의이다. 가장 유명한 예는 국가사회주의이다. 나치를 들 수 있다. 나치는 인류를 보편적이고 영원한 무엇이 아니라 진화하거나 퇴화할 수 있는, 변하기 쉬운 종으로 보았다. 인류의 퇴화를 막고 진보적 진화를 위해 아리아인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유대인, 집시, 동성애자, 정신병자, 장애인 같은 호모 사피엔스의 퇴화된 종들은 멸종시키려 했다. 나치는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는 약자를 원조함으로써 인류는 점차 적응력이 떨어져 세대를 거듭할수록 퇴화하여 멸종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1933년 나치 만화]

 

 

 

지난 2백년에 걸쳐 생명과학의 발전은 인본주의에 대한 믿음을 철저히 약화시켰다.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내적 작동방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인간의 몸에서 아무런 영혼도 발견하지 못했다. 인간의 행동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호르몬, 유전자, 시냅스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침팬지, 늑대, 개미와 다른 것은 바로 이것이다. (계속)

 

 

 

계속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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