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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본적..충남아산시송악면동화리)

가을 빛은 모아져 노란 빛을 만들고
노란 빛은 옹글진 호박을 빚어냅니다
이 호박은 보기에도 생김새가 땅콩과 닮았죠?
일명 "땅콩호박"이라고 합니다

껍질이 단단하여 보관도 잘되고 모양도 땅콩처럼 귀여워서 집안 관상용으로 한 자리 차지합니다
육질은 찰지고 당도는 높아 요리에도 인기가 아주 좋아요

그럼 재료부터 챙겨봅시다
○ 땅콩호박 1개
○ 팥 종이컵 반
○ 찹쌀가루 3수저
○ 설탕과 소금 조금

이제 시작해 볼까요?

1
먼저 팥을 삶아 줍니다
팥은 매우 단단하여 쉽게 삶아지지 않죠?
그래서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센불로 끓이다가 중불에 약 30분 정도는 더 끓여야 합니다
물은 여유있게 부어주세요
팥알이 으깨질 정도가 되면 찬물에 씻어 채에 받혀둡니다
팥이 정신 좀 차리게요

2
땅콩 호박을 반으로 잘라서 속을 파냅니다
실제 자르고 호박 속을 보면 번지르한 겉 모습과 달리 약간 실망입니다
호박속(내장)은 그리 아름답지 않습니다
몸통 내장 쪽보다 목 부위 근육질이 더 맘에 듭니다
감자 깍는 칼로 껍질을 벗겨내야 합니다
보기보다 잘 깍아지고 마치 면도하는 느낌으로 맨들하게 모양이 나옵니다
육질이 탄탄한 탓인가 봐요

3
요렇게 잘게 썰어서 푹 삶을 준비를 합니다
아무래도 큰 건더기보다 잘게 채썰기를 해주면 끓는 물에 잘 풀어지겠죠?

4
이제 물 2컵을 붓고 마구 끓이기 시작합니다
외골진 팥과는 달리 성격좋은 호박은 금방 삶아지고 물과 하나가 되었네요
황금이 녹아있는 빛이에요
남아 있는 건더기는 주걱으로 으깨어 주면 입자가 곱게 다져집니다
약 10~15분 정도 걸립니다
여기까지 하고 뜨거운 열기를 식혀줘야 합니다

5
자 이제 찹쌀가루를 투하합니다
호박을 잠시 식혀준 이유가 뭘까요?
뜨거울 때 찹쌀가루를 넣으면 잘 녹지 않고 익어서 덩어리져 버리기 때문이죠
저렇게 찹쌀가루를 잘 저어 풀어주면 걸죽하게 점도가 높아지면서 스프와 같이 고운 색을 띄게 됩니다
여기에 먼저 삶아둔 팥을 넣습니다
계속 물을 적당히 부어가며 저어주면 보기에도 예쁘고 식감이 찰진 죽이 짜~잔 완성됩니다
약 5분정도 걸리네요

6
마지막으로 소금과 설탕을 넣어 최종 완성도를 높입니다
맛과 간을 맞춰 식감의 최적화를 도출합니다
먼저 설탕은 미지근한 물에 녹여서 천천히 부어야 맛이 깊이 스며듭니다
호박 자체로도 단맛이 강하지만 설탕은 맛의 풍미를 더 해주는 묘맛이 있어 조금이라도 넣어주는게 좋습니다

7
회룡점정
마지막 하일라이트는 뭘까요?
그것은 바로 소금, 티스푼 한 개 정도
저는 소금으로 죽염을 사용하는데 최소한 짠 천일염이면 뭐든 괜찮습니다
정제염이나 맛소금은 사절입니다
소금은 맨 나중에 넣어야 숨어있는 단맛을 더 향긋하게 살려 냅니다

8
오메~이제 완성입니다
땅콩호박에 팥을 넣어 요리한 땅콩호박팥죽입니다
호박의 걸죽하고 부드러운 단맛과 가끔 씹히는 팥의 톡톡 터지는 알콩한 맛이 어우러져 혀와 입안을 감미롭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이만

(온양 곡교천 해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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